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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훈 (포항제철고) 참가후기

관리자 0 505 2017.08.28 16:02

 

 감사 사절단의 일원으로 이번 영국-벨기에-네덜란드-독일을 방문하고 각 국의 참전 용사들을 만나 뵐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기회이자 행운이었다. 지난 5월에 이미 나는 네덜란드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기에 다시금 네덜란드가 포함되어 있는 이번 여행을 가는 것이 처음에는 썩 내키지는 않았었다. 밀려 있는 학교 공부와 부족한 과목을 방학동안 보충하는 것이 내게는 우선 과제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배웠던 것들을 생각하면 밀린 공부보다 훨씬 더 값지고 소중한 가르침을 배우고 온 것 같다.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625동란에 대해서는 예전에 할아버지로부터 그저 옛날 이야기 처럼 들었던 것과 국사책에서 시험 공부를 위해 열심히 외우면서 배웠던 것이 전부였었는데, 당시로서는 나보다 겨우 두세살 더 많은 젊디 젊은 청년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그 머나먼 길을 날아와서 우리를 위해서 싸웠주었던 그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면서 남의 일만 같았던 내 조국의 전쟁과 그 아픔이 더 이상 시간 속으로 잊혀진 머나먼 과거가 아니고 마치 내 자신이 직접 살아서 경험하는 것 같은 그런 시간들이었다.

 

 처음 방문국인 영국에서는 옥스퍼드 대학 캠퍼스를 둘러본 것이나, 정말 엄청난 역사적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대영제국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나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것보다도 우리 본연의 임무인 참전 용사분들을 만나 뵙고 감사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 내게는 더 감동의 순간이었다. 영국의 Victoria Embankment Garden에 있는 한국전쟁참전기념비 앞에서 진행된 정전협정기념식에서는 정말 많은 영국군 참전용사들을 만나 뵐 수 있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뒤라서 그런지 돌아가신 참전 분들로 계시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이 아팠었다. 오신 분들도 모두 나이가 80-90대의 연로하신 어르신들이셨고,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서 행사장에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말씀을 나눠보니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쳤던 사실에 대하여 다들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것이었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감사를 전하러 찾아온 사실 하나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서로 다른 나라에서 다른 세대를 살아온 그분들과 우리였지만, 한국 전쟁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 것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비록 등은 굽으시고 걸음은 힘들어 보이셨으나 그래도 그분들의 군복과 가슴에 달린 훈장들은 너무나도 빛나 보였다. 그 분들의 희생과 고통이 영원히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두 번째 방문국인 벨기에에서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를 했고, 벨기에 참전 용사분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분들을 모시고 한참을 걸어서 식당으로 이동을 했었는데, 대부분 걷기도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셨지만 멀리서 온 우리를 위해 기꺼이 걸음을 떼시려고 하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졌었다. 비록 귀도 어두우시고 의사소통도 쉽지는 않았었지만, 우리 민족을 위한 노고로 인한 질병과 노쇠함을 겪으시는 것만 같아서 빚을 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었다. 나는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세 번째의 네덜란드 방문에서는 반호이츠 부대를 찾아가서 부대 내 위치한 한국전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전에 참여한 네덜란드 군인들이 처음에 미처 예상 못한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 탓에 손발에 동상을 입고 고전을 했던 일들과 그래서 급히 미군의 겨울 군복을 입고 전쟁에 참여해야 했던 사건들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어떤 참전 용사분은 돌아가시면서 한국을 잊지 못해서 자신의 유골을 부산 앞바다에 뿌려달라고 하신 분이 계셨다는 말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 분들이 자기 고국도 아닌 한국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그래서 기꺼이 젊음과 목숨까지도 바치려 했었던 그 진심을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엇다. 그 분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면서 나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조국을 더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으며, 내 조국을 돕기 위해 달려와준 그 분들을 향한 뜨거운 감사와 사랑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발전시키고 유지해 오신 관장님 내외분의 노력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독립을 이루고 자주성을 지켜온 것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 이준 열사와 같이 피 끓는 심정으로 나라를 지켜온 분들의 노력의 결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귀국 일정을 밟기 위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들렀을 때 그곳에 19년간 살아오셨다는 가이드님의 설명을 통해서 통일된 독일에서 지금까지도 서독이 동독을 위해 세금을 통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한반도에 평화적인 통일이 오길 기대하면서도 통일이 단지 감정적인 차원에서만 추진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새롭게 깨달은 것이 두어 가지 더 있다. 방문했던 나라들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 비해 대체적으로 참전 용사들에게 더 큰 존경과 예우를 표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부터라도 우리의 참전 용사들을 더 마음 속으로 존경하며, 그 분들의 희생과 노고에 진정으로 보답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민족에게는 다시는 6.25와 동란과 같은 그런 전쟁의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간절한 소원이 생겨났다. 과연 나는 조국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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